굴구지마을 산촌펜션 옆길을 따라가면 원심마을이 나옵니다. 원심마을에서 계속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산을 하나 넘게 됩니다.

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풍광을 감상하며 오르고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,

박달재 초소와 수곡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합니다.

갈림길의 건너편 산속으로 들어서면,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.

밑이 뚫린 가마솥, 절반이 잘려나간 다듬이돌, 검은 숯이 아직 남아 있는 온돌 등 여러 흔적들을 만납니다.

낙엽송이 식재된 샛길로 200여 미터 정도 들어가면 사기(砂器)의 깨어진 조각들과 가마의 벽 틈새를 막았던 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덩어리들을 여기저기에서 쉽사리 볼 수 있습니다. ‘사기장골’이라 불리는 곳입니다.

이곳에서 근남면 수곡리까지 족히 30리는 넘는 깊은 산중입니다. 지인을 통해 몇 다리 건너 사기 조각들의 연도를 알아보니,

조선후기의 양식이라고 전해 줍니다.

정확하게 확인은 못했지만, 4~50년 전쯤에는 사람이 살았다고 합니다.

아마 시장까지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에 나서면 한밤중이 되어서야 돌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.

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가난의 무게가 얼마였을지 미루어 짐작하는 것조차 힘듭니다.

수 만번의 손길로 일궜던 전답(田畓)도 이제는 나무와 풀이 무성합니다.

누군가의 무덤과 멧돼지의 흔적이 그곳을 지키고 있습니다.

그 곳에 사람이 살았었습니다.